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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충동구매자의 구매가이드’ 시리즈가 아이템을 선정하는 원칙은 ‘재화, 시간, 관심,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좋으니 – 여성의 자원 투여를 줄여줄 것’이다. 그래서많은 아이템들이 떠오르다가도 사장되었는데, 특히 여성에게 무언가를 ‘더 하라’고 요구되는 것들은 지양하고자 했다. 제모를 해라 마라부터 시작해 ‘조신하게’ 걷는 방식까지, 모든 방면에서 여성을 틀에 끼워 맞추려는 사회에서 굳이 할 일을 더 얹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퍼스널 컬러 컨설팅’은 연재 초기부터 고려했으나 막상 진행하기에는 조금 찜찜했다.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색과 그렇지 않은 색이 있고, 이를 잘 활용하면 스스로 더욱 멋지게 연출할 수 있다.’ 라는 당연한 명제. 이에 기반을 두어 사람의 타입을 유형화하고 그에 따라 어울리는 색채와 그렇지 않은 색채를 분류-집대성한 것이 ‘퍼스널 컬러’이다. 우리나라에 수입되어 유행한지 불과 몇 년, 퍼스널 컬러는 어느새 뷰티 계열에서 빠질 수 없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뷰티 관련 ‘신개념’이 으레 그렇듯이, 수용자의 입장에서 어떤 때는 이것이 아름답게 보이려는 노력을 줄여주는 좋은 길라잡이 같기도 하면서도, 또 다른 때에는 ‘굳이’ 여성의 비용을 더욱 요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굴레처럼 보이기도 한다. (보습제가 다양한 명칭을 가진 수 개의 제품으로 분화했던 것처럼 말이다.) 처음에는 웜/쿨만 알려졌던 개념에 뮤트니 브라이트니 하는 더 복잡한 분화까지 소개되면서 퍼스널 컬러에 대한 나의 심리적 장벽이 좀 더 두터워지기도 했다. 마치 ‘B형스러운 A형’같은 소리로 느껴졌달까.
이런 찜찜한 감정들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거칠게 진단해 본 내 톤이 실제로는 어떨지에 대한 호기심과 자신 없는 뷰티 쪽의 컨설팅을 받아보고 싶은 마음, 마지막으로 소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Coloz 신사점에서 소그룹 퍼스널 컬러 컨설팅을 받아보았다. 그리고는 보시는 대로, 모든 주변인에게 추천하며 돌아다니는 것도 모자라 연재의 소재까지 변경하게 되었다. 퍼스널 컬러 컨설팅은 명백히 ‘전자’, 아름다움에 드는 노력을 줄여주는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퍼스널 컬러: 나에게 유리한 컬러와 불리한 컬러
내가 받은 컨설팅은 ‘프렌즈 컨설팅’으로 3인이 그룹으로 컨설팅을 받는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은 ‘진단-점검-예시 실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반적으로 퍼스널 컬러의 원리와 효용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적용해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연하지만 첫 단계인 진단이 이 과정의 핵심이며, 여기에서 스스로 ‘퍼스널 컬러’의 개념과 그를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이해해야만 다음 단계인 점검과 제안이 의미 있어진다.
진단은 우선 신청자가 가지고 있는 피부 톤과 머리, 눈동자의 색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해 흔히 ‘드레이핑 테스트’라고 불리는, 다양한 색의 천을 두고 어느 색이 더 신청자에게 어울리는지 확인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웜-쿨에 걸쳐 120종에 달하는 컬러를 하나씩 뽑아 얼굴 밑에 둘러보며(보통 약 4,50종의 컬러를 드레이핑 해본다.)어떤 컬러가 자신에게 유리하고 불리한지, 또 어떻게 작용하길래 유리하고 불리해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테스트는 민낯으로 진행되는데, 다른 요소를 배제하고 ‘색’만을 팩터로 인상이 아주 좋음에서 아주 나쁨으로 크게 좌우되는 경험은 ‘퍼스널 컬러가 그냥 상술은 아닐까?’ 하는 의심 자체를 없애기에 충분했다. 테스트 끝에 나는 ‘겨울 쿨 다크’로 진단받았다. 그동안 아주 확고하게 웜톤이라고 믿어왔는데! 하지만 도저히 부정할 수는 없었다. 눈으로 보는 결과가 너무 확연했기 때문이다.
당신이 알던 당신은 컬러습관의 산물이다
어떻게 ‘컬러’가 이렇게 확연히 인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컬러’는, 특히 얼굴과 가까운 곳의 색(옷차림)은 일종의 ‘반사판’ 역할을 한다. 컨설팅에서는 컬러 진단을 위한 드레이핑 이전에 자신이 가진 피부와 눈동자, 헤어컬러의 특성을 가볍게 진단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러한 자기 본연의 색이 또 다른 색을 만나면 그를 반사하거나 흡수하면서 피부의 장점은 무력화시키고 결점을 부각하거나, 반대로 결점을 커버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퍼스널 컬러’에서의 유형이란 ‘A’라는 톤은 어떤 베이스의 컬러가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내용을 패턴화하여 정리한 것이다. 따라서 자기의 톤 유형을 제대로 알게 되면 100% 합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색’을 선택하는 데에 일종의 가이드를 얻는 셈이다.
나 역시 그런 ‘바른 톤 찾기’에의 열망이 퍼스널 컬러 컨설팅을 신청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지만, 막상 받아보니 전문가를 통한 퍼스널 컬러 컨설팅의 가장 큰 효용은 ‘내가 무슨 톤인지를 정확하게 밝혀준다는 것’이 아니라, ‘유리한/불리한 컬러를 내 얼굴 근처에 두었을 때 어떤 양상이 펼쳐지는가?’를 밝혀내는 것이다. 그룹 진단을 후가장 크게 느낀 점은 흔히 우리가 ‘톤그로’(톤+어그로. 자신과 잘 맞지 않은 톤을 사용하여 부자연스럽고 어색한 모양을 말한다)라고 부르는, 어울리지 않는 색이 내 얼굴에 작용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단순히 얼굴이 어두워진다거나 하는 식으로 뭉뚱그려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어두워지는지에 대해서는 각자가 가진 피부의 고민과 특별히 더 깊숙이 연관되어 있더라. 예를 들어 ‘나는 원래 피부가 얼룩덜룩해.’ ‘난 원래 피부가 좀 탁해.’ 같은 부정적인 자기평가는 사실 상당 부분 자신의 톤과 컬러 습관의 케미가 맞지 않아 일어나는 일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나는 실제로 ‘피부가 얼룩덜룩하다.’는 의식을 오래도록 가지고 살았고 이를 커버하기 위해 각종 하이라이터/다크서클커버/컬러코렉팅 제품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였다. 컨설팅을 받아보니 과연 내 얼굴은 보통 밝기의 살짝 노란 톤이 중심을 이루면서도 콧방울, 미간 등 붉은 기가 있는 부분이 혼재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얼룩덜룩한 피부톤’ 은 어떤 컬러를 반사하느냐에 따라서 극대화되기도 하고, 최소화되기도 한다. 노란색 베이스의 웜톤 색상은 나의 노란 기는 더욱 떠 보이게 비추면서 붉은 기는 더 칙칙하게 반사해 결과적으로 얼룩덜룩함이 더 심하게 만든다. 반면 블루 베이스의 쿨톤 색상은 붉은 기를 덜하게 눌러주면서 노란 톤을 덜 노랗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훨씬 균일하고 깔끔한 피부톤으로 보이게 해 준다. (턱선도 올라붙는다!) 나는 자신을 웜톤이라 믿고 오렌지/노랑/벽돌색 등 따뜻한 색들을 즐겨 사용했으니, 실제보다 더욱 자신의 톤이 균일하지 않다고 믿어왔던 것이다. 자신의 디폴트로 놓고 커버하고자 했던 결점이 실은 ‘디폴트’가 아니고, 컬러습관에 따른 부작용에 더 가깝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치장하기가 무척 쉽고 깔끔해졌다. 단점을 만들어내고(!) 다시 커버하는 데 들이던 에너지 소모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퍼스널 컬러 – 덜 고민하고 더 풍요롭게
진단이 끝난 후 앞선 진단에서 배운 원리에 맞추어 나의 파우치를 점검하고, 대신 사용하면 좋을 코스메틱 제품들을 추천받았다. 파우치 세 개를 바리바리 싸 들고 가서 파우치 두 개 분의 제품을 킬 당했지만, 사용할 때에도 ‘펭귄 같다’ 등의 좋지 못한 코멘트를 받았던 제품이 다수였던 것도 사실이다. 과거에는 ‘나는 립이 진하면 안 어울리나 봐’ 하는 식으로 스스로의 화장을 합리화했지만, 나의 톤에 맞는 퍼플 베이스 핑크로 전향한 후에는 짙은 립의 화장도 즐거워졌다. 나는 컬러 컨설팅을 받은 뒤 컨설턴트 추천 제품 이외 ‘겨쿨 필수템’ 등의 키워드로 검색해 무언가를 거기에 맞추어 구매하지는 않았다. ‘겨울 쿨 다크’ 에 대해 더 자세히 알기 위해 다양하게 집대성된 유리-불리한 색 분류를 더 공부하지도 않았다. 컨설팅 후 퍼스널 컬러를 이해하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코디나 메이크업, 쇼핑에서 골머리를 앓는 일은 크게 줄어들었다.
옷을 고를 때 가까이 대면 미간이나 볼 등 튀어나온 부분이 갑자기 붉어지는 옷은 들었다가도 내려놓게 되었다. 컨설팅 과정에서 컨설턴트님이 ‘라랄라씨는 차가운 톤을 베이스로 극단적인 컬러, 즉 아예 쨍하거나 아예 파스텔인 컬러가 피부결을 정돈해준다.’라고 말했던 것도 머릿속에 담아두었다. (참석자 모두가 이런 정리 코멘트를 받았는데, 베이지가 섞인 컬러는 되지만 화이트가 섞인 컬러는 NG라든지 하는 식이다) 이렇게 긍정 양상 / 부정 양상을 정리해 두자 이 것이 나에게 어울린다-그렇지 않다 하는 기준이 명확해지고 ‘퍼스널 컬러 지식’의 실천적인 활용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더해 컨설팅 후 부여받은 퍼스널 컬러 카드(다양한 컬러 중, 나에게 가장 어울렸던 컬러들을 뽑아 준다)도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위처럼 사진을 찍어두고 고민될 때마다 참고하고 있다. 덕분에 전에는 좀처럼 집지 않을 색의 립이나 귀걸이도 선뜻 시도한다. ‘퍼플 립’같은, 전 같으면 테스트해 볼 생각도 못했을 아이템을 데일리 립으로 사용할 정도다. 물론 컨설팅 후 어떤 컬러들은 정말 안 어울린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어떻게 보면 선택지가 제한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개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몇 제품은 처분하지 않았는데, 사용 할 때에는 다른 부분을 더 잘 맞는 컬러로 채워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 하는 식으로 보완하고 있다. 당연히 결과물은 아무런 가이드가 없을 때와 비교해 더 세련되고 깔끔하다. ‘뭔가 바뀌었다.’며 칭찬을 건네는 사람들도 종종 만난다. 덜 고민하면서도 더 풍요롭게. 퍼스널 컬러 컨설팅을 통해 스타일 측면에서 ‘나’의 사용법에 대해서 조금 더 깨우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