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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한 체형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
아름다움이라는 망령이 우리를 배회하고 있습니다. #운동하는여자 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그 "아름다움"은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들과 킴 카다시안 그 사이 어디쯤을 오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몸을 기능적으로만 평가하고 오로지 그 기능을 향상하고 혹은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이전에. 여성의 몸은 '아름다움'이라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재단되기 때문입니다. '체형 관리'에 과한 지출을 하도록 부추김을 당하고 나면. 아픈 데 없이 잘 움직이는 몸의 본연 기능을 향상시키고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은 어느새 퇴화해 버립니다.
특히 운동하는 사람에게까지 ‘여성미’를 유지하기를 기대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오직 외형적 아름다움을 위해 운동하리라는 오만한 가정까지도 쉽게 볼 수 있습니댜.
왜 아름다워야 하는데?
하지만 우리는 종종 모델 같은 종류의 '아름다운 몸'과 '건강한 몸'을 혼동하곤 합니다. 마치 #운동하는여자 라는 해시태그가 목표로 하는 '건강미 넘치는 몸'이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을 닮았듯이. 그런데 모델 같지 않은 체형으로 다양한 운동을 수행함에 있어 불편함이 있을까요?
운동에 유리하고 불리한 체형은 있습니다. 단지 운동마다 유리하거나 불리한 체형이 다를 뿐입니다. 저의 경우 두껍고 힘이 세며, 키가 작아 민첩하며, 정확히 제가 명령하는 대로 사지가 잘 움직이는 제 몸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내 몸의 타고난 모양이 운동의 관점에서 어떻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지 이해하는 과정이 수반되면 좋을 듯 싶어 본 편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아름다움을 위한 운동이 아닌 기능적 움직임을 위한 운동을 지향하게 되면, 스스로의 몸에 대해서도 장단을 평가하는 관점이 달라집니다. 본 시리즈를 관심있게 읽어주시는 분들이 이러한 관점의 변화를 거치며, 운동을 통해 스스로의 몸을 대하는 철학적 변화를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물론 이 글에 나와있는 양분화된 기준들(몸무게, 키 등)이 절대적인 운동능력을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각 기준은 어느 정도 상대성을 지님을 염두하시길 부탁드립니다.
기능적으로 몸을 해석하다
몸무게
세상에서 제일 센 사람은 뚱뚱하다
개인적으로 저는 행복한 인생을 사는 데에 몸무게와 체형은 중요하지 않다고 사고회로를 선회한 지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 저 역시도, 살집 있는 몸을 긍정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비교적 최근이었습니다. 바로 스트롱맨(Strongman) 종목에 대한 다큐멘터리 덕분입니다.
스트롱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체구가 거대하며, 상상 이상의 힘을 발휘합니다. 과장이라고요? 얼마를 상상하시든 그 이상일 겁니다. 아래 사진에서는 한 스트롱 대회에 출전한 스트롱우먼들이 600파운드(272 kg)을 옮기고 있습니다. 유심히 보시면 아래 선수들은 모델과 같은 매끈한 체형을 가지고 있지 않고, 튼튼하고 거대해서 멋진 체구를 지닌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괴물 같은 파워는 근육량과 몸을 보호하는 지방층, 유연성, 가동성이 균형을 이루어야만 가능합니다. 근육을 증가시키키 위해서는 몸무게를 증가시키는 작업이 수반되어야 하며, 몸무게가 증가할수록 자연히 체지방량 또한 증가합니다. 몸이 성장하는 이치입니다. 근육이 증가하는데 지방은 커팅한다? 몸에 군살 하나 없어 보이는,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섹시한 몸? 이는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성취로 이뤄진 몸입니다.
물론 엘리트 보디빌더들은 스마트한 커팅(cutting) 및 벌킹(bulking) 사이클을 통해, 근육을 키워놓고 찐 체지방을 감소시키는 행위를 반복하여 근성장을 이루기에 당연히 일반인에 비해서는 월등히 힘이 좋습니다.
그러나 힘이 센 걸 넘어 스트롱 종목 선수처럼 “세상에서 제일” 강해지려면 체지방이 거의 없는 몸으로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물론 스트롱 선수들은 지방층 아래 엄청난 근육량을 보유하고 있고, 힘줄과 인대 및 그 주변근육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일상생활 속에서도 높은 체중으로 인해 같은 체급의 일반인에 비해 관절에 무리가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해야 할 것입니다.
Arnold Classic Strongwoman Promo
나는 스트롱맨도
보디빌더도 못 되지만
즉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은 피트니스 모델 같은 몸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강한 사람의 몸은 나와 비슷하게 살집도 있고, 감량과 커팅을 위한 식단을 하지 않으며, 강해지기 위해 많이 먹고 많이 움직이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의 마르지 못한 신체는 긍정의 영역으로 진입합니다. 친구를 만나면 높은 몸무게를 자랑해 보세요. 뚱뚱하고 강한 몸, 정말 멋집니다.
그렇다고 반대로 마른 사람이 “나는 무거운 것을 못 드는구나”라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요? 마른 체형으로 엄청난 파워를 표출하는 선수들도 많습니다. 사실 일반인 급에서는 운동을 잘 하는 마른 사람과 벌크가 있는 사람 간에 유의미한 퍼포먼스 차이가 적을 것이고요.
또한 체급에 따라 강점을 갖는 운동의 종류가 다릅니다. 마를수록 수영과 같이 저항이 적어야 하는 운동, 혹은 풀업과 같이 몸무게가 가벼울수록 유리한 바디웨이트(Bodyweight) 종목들에 더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의 체형이 최대한 강하게, 또는 빠르게, 가장 멋지게 기능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봅시다. 운동하고 기능하는 데에 있어 나의 체형에 따른 장단점이 있음을 직시하면, 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내 몸에 사회문화적인 맥락(성차별적 관점이 포함될 수 있지요)을 씌워 평가하기 보다는, 내 몸의 기능을 건조하게 해석해 보기를 제안합니다. 강점은 살리고, 보완할 부분은 보완하고. 마치 기계를 세심하게 업그레이드 하는 것처럼요.
다음 편에는 이어서 키와 관련된 운동 장 단점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