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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채널을 돌리던 중이었다. 붉은색을 기조로 한 파티드레스, 레깅스, 한복 등 갖가지 의상을 입은 여성들이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중에는 이미 데뷔한 가수도 있었고, 미사리에서 카페를 운영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그들의 이름이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제2의 인생을 꿈꾸며 <내일은 미스트롯>에 도전하게 되었다는 여성 4인조 그룹의 이름은 ‘세컨드’였다. 다른 사람들도 만만치 않았다. 군통령이자 행사의 여왕으로 소개된 가수의 이름은 ‘지원이’, 12년차 트로트 가수라는 여성의 이름은 ‘김양’이었다.
이름이 정체성을 설명하는 부분이라면, 이들이 관객,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지점은 무엇일까? 누구나 ‘00이’, ‘00양’이라고 부를 만큼, 어린 여자로 대상화해달라는 것일까?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는 이름을 가진 여성 가수들은 선택받기 위해 노래부터 춤, 애교까지 최선을 다했다.
<미스트롯>이 재현하는
한국 대중문화 속 젠더 권력
TV조선을 통해 인기리에 방영한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은 트로트 가수를 선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한동안 한국 예능계를 휩쓸었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는 이제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인 중장년층 시장까지 눈을 돌렸다. 스튜디오나 참가자들의 의상을 봤을 때, 고급스러움보다는 친숙함을 강조한 듯한 이 프로그램은 예상외의 인기를 끌었다. 게다가 프로그램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출연자를 여성으로 제한하였다.
<미스트롯>의 우승자 송가인은 각종 공중파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얻었고, 팬클럽까지 결성되었다. 미디어에서는 연일 송가인의 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