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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정치인이 된다는 것은
여성 청년이 정치를 하겠다고 할 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알 수 있는 사례가 올해 총선에서도 있었다.
“20대 여성 후보가 같은 지역에 출마한 새누리당 의원과 마주쳤는데 악수를 하면서 “수고해~” 라며 반말로 인사를 했다고 한다. 같은 동료, 동등한 후보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자신을 계속 여성 청년으로 정체화해야 한다’는 것 자체도 힘든 일이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요구해야 하는 약자를 대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을 대표한다는 것은 사회적 약자로 자신을 정체화 하고 때로는 피해자의 위치에 서서 힘든 상황을 계속 발화하는 일이다.
이처럼 여성 정치인이기 때문에 언제나 여성들의 대변자로만 자신을 정체화해야 하는 것, 그리고 이와 관련된 활동만 해야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억압이 아닌가에 대한 고민들이 나왔다. ‘여성이기 때문에’ 하는 일 외에도 하고 싶은 일, 활동하고 싶은 분야가 다양할 수도 있다.
E는 여기에 대해 굳이 정체성을 가지고 정치 의제화 하지 않더라도, 여성 정치인의 수적 증가만으로도 유의미 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수적으로 많아지면 이런 어려움도 완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성 정치인도 보수적인 이들이 있을 수 있고, 다른 문제에 집중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여성 정치인이 일단 많아야 제안도, 위치도 다양하게 나오지 않을까.”
“여성 정치인의 숫자가 증가하는 건,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지지 않고, 여성이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만큼 발화하는 주체가 많아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2-30대 여성들의 정치
다시, 평범한 2030 여성들의 정치참여로 이야기를 되돌려보자. 이슈는 두 가지 였다. 하나는 이 문제가 왜 중요한가, 그리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방식의 정치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일상 생활에서 법안에 대해 가깝게 느끼지는 못하지만, 수많은 법적 제도들이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다. 최근에는 소라넷 폐지, 스토킹 및 데이트 폭력 처벌, 그리고 모자보건법까지. 여성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소들이 이러한 법안 및 각종 제도와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제도와 절차에 대한 이해, 이에 대한 요구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를 실재화 하기 위한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간도 여유도 없는데다가, 이미 지역모임 등은 좀 더 나이대가 높은 사람들 위주인 경우가 많다. 참가자 Y는 당원모임에 나갔던 경험을 공유해주었다.
“A구 당원 모임에 한 번 갔었는데, 어울릴 수 없는 연령대가 아니었다. 언니 내지 이모뻘인 분들이 많으시더라. … 처음이라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내가 함께할 연령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성 중심으로 짜여있는 직장 판에서 내가 버티려면 주말에도 나가야 하고, 야근도 버텨야 한다. 아무리 지역 모임 등을 꾸준히 추진해도 평일이나 저녁 7시로 일시를 잡으면 참여를 절대 할 수가 없다. 지역모임이 저녁 7시에 시작하는데, 러시아워 헤치고 집에 도착하면 8시인 거다. 시간도 안 맞고, 힘들고 지친다.”
학업, 직장 및 다양한 활동들을 이유로 실제로 사는 곳과 유리된 생활권 속에서 일상을 꾸리는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시킬 기회는 많지 않다. 정치인 입장에서도 2030여성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예를 들어, 마포구에 선거운동하러 나가면 그 곳에 마포구 여성들은 없다. 아침에 다른 지역으로 일하러 나갔다가 밤늦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2030 여성들은 시간이 너무 없을 뿐더러 거주 지역과 직장이 유리되어있다. 따라서 거주 지역 단위로 이루어지는 기존의 조직 방식으로는 꾸준한 참여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기존 정치 체계에 발을 딛거나 편입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아니면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 지, 이게 선택의 문제인지에 대해 논의가 이어졌다.
다른 공간에서 다른 정치하기
"지금의 정치는 기존 세대들이 짜놓은 판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 맞지 않는 체계를 받아들이고 거기에 들어가려 하니까 저항이 생기고 구심점을 자꾸 잃는다.
기존 정치인들에게는 자신들의 판이니까 쉬운 길인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런 감각도 없고 그들처럼 운동하는 세대도 아니다. 조직화 경험도 없고 방법도 모른다. 근데 그게 패배의 요소는 아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이 존재할 수 있지 않나.”
이런 어려움을 뚫고 어떻게 모일 수 있을지에 있어 정치참여를 위한 ‘플랫폼’, 특히 온라인을 통한 방법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온라인) 플랫폼의 중요성을 느낀다. 미 대선 토론에서도 트럼프가 거짓말을 할 때마다 클린턴이 '리얼리티 체크봇'을 확인해보라고 말하더라. 우리에게 시간이 없고 공간적으로도 유리된 생활을 하고 있다면, 이렇게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법을 보고 배워봐도 좋을 것 같다.”
그 외에도 페미니즘 운동의 점화가 다른 방식의 참여를 상상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물리적인 모임에 너무 기대지 않고도 정치 세력화를 위한 다른 방식과 다른 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세대에 맞는 방식을 급진적으로 상상하자면 정치를 웹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모이는 방식이 어떻게 가능할까, 싫으면 적절히 단절할 수 있는 방식은 어떻게 가능할까 등이 있다. 이런 걸 위해서는 여러 의미에서 웹 플랫폼이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의 페미니즘 운동은 내게는 되게 편안한 방식의 운동이다. 이전에 학내에서 하려던 운동이나, 깃발 들고 가서 싸운다거나, 빨갱이 정체성만 남기며 싸워나가는 방식 말고도 다른 방식이 가능하다는 느낌이다. 방향성도 아주 다양하다.”
페미니즘 운동은 이제 단일 아젠다가 아닌 세분화된 일이 되었지만, 다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한다’는 흐름 속에 있다는 것은 비슷해 보인다. 연구자가 되거나 기존 영역에서 활동가가 되지 않더라도, 텀블벅을 열고 티셔츠를 만들고 뱃지를 팔고 모임을 만든다. 그렇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운동을 시작해 자기의 영역을 만든다는 것이 기존의 운동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렇게 개개인이 운동과 연결될 수 있는 자신의 영역을 찾고 나서는 그 다음을 향한 갈증이 이어진다. 실제로 정치 의제화를 시키려면 당원 가입 말고는 없을까? 하는 질문이 그것이다.
“초반에 강남역 사건으로 감정적으로 힘들 당시엔 온라인에 뭔가 만들어서, 그러니까 구글 닥스라도 파서 법안 발의를 해볼까 청원서라도 쓸까, 라는 생각도 했다. 보호받을 수 있는 최전선은 법안이니까.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도 중요한 만큼 이를 실질적인 무언가로 바꿔내고 싶다는 생각이 태어나서 처음 생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