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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판타지 14>의 스토리가 어느덧 홍련의 후반부까지 흘러갔다지만, 이 게임을 즐기는 유저라면 누구나 필연적으로 기억할 NPC가 있다. 바로 새벽의 혈맹 맹주인 민필리아다. 플레이어인 모험가가 <파이널판타지 14>에서 성장하는 서사에 큰 영향을 끼치며 자주 교류하게 되는 민필리아는 신생 에오르제아 시절 뿐만 아니라 홍련의 해방자까지도 꾸준히 게임의 메인 스토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실 나는 <파이널판타지 14>를 플레이하기 전부터 민필리아라는 캐릭터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할만한 게임이 없는지 커뮤니티 게시판 등을 눈팅하다가 그 악의적인 별명을 먼저 접했기 때문이다. ‘민폐리아' 말이다. 그가 ‘민폐’를 끼친다며 커뮤니티에서 재가 되도록 까이는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다. 1) 자꾸 끌려가서 구출해 줘야만 함 2) 이리저리 오라가라 함 - 이 과정에서 한 번에 이동이 안되는 번거로운 지역에 위치해 있어 귀찮음이 두 배.
하지만 정작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민폐리아라는 별명은 얼마나 그에 대한 오명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는 에오르제아의 기존 세력이 등한시하는 모험가, 즉 플레이어 캐릭터를 이끄는 새벽의 혈맹 맹주이며 모험가를 위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수고했어요,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모험가에게 그런 인사를 진심으로 건네는 것도 모험가에게 일을 부탁하는 수많은 NPC 중 민필리아 뿐이다.
민필리아는 모험가와 같은 ‘초월하는 힘'을 지닌 캐릭터로 모험가의 능력과 한계, 고민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며 모험가가 영웅의 길을 걷도록 끊임없이 정보를 전달하고 공유한다. 그의 이러한 설정 중 어디가 과연 민폐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과연 정치력이 있지만 전투능력이 없는 모든 NPC가 게임 중에서 이와 같은 ‘민폐'의 혐의를 받는가? 민폐리아라는 별명만큼 한국의 여성혐오를 잘 보여주는 사례도 없다.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민필리아가 가진 사연, 그리고 어떨 때엔 ‘민폐'로 느껴질 만큼 우직하게 자신의 주장을 밀고 나가는 이유를 차차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나는 민필리아가 잘 만들어진 질서선 성향의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그의 선택은 너무나 숭고하고 보통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이타심의 범위를 훌쩍 뛰어넘기 때문에 되려 처음엔 식상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100점짜리 여성 주인공만 필요한 게 아니니까.